이메일 해킹과 핸드폰 도청으로 영국 뿐 아니라 세상이 시끄러웠던 것이 벌써 7개월 전 일이다. 168년 전통의 영국 인기 1위 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가 불법취재로 왕실 인사를 비롯한 유명인들의 스캔들 등 특종 기사를 써오다 발각돼 비난을 받자 2011년 7월 폐간했었다. 미디어 그룹 ‘뉴스 코퍼레이션’ 루퍼트 머독 회장은 주요 전국지 2개면에 사과광고를 낸 뒤 과감하게 폐간조치를 했다. 그가 최근 주간지 ‘선’을 창간했다는 소식이다. 미디어 황제가 다시 기지개를 켠 것이다.
머독은 영국의 일간지인 더 타임스와 더 선, 미국의 일간지인 뉴욕 포스트와 월스트리트 저널, 위성채널인 스카이TV와 STAR TV, 영화사인 20세기폭스사, 경제전문 주간지인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등 쟁쟁한 미디어 기업을 세계 50여 개 국에 걸쳐 800여개나 운영하고 있다. 10여 년 전에는 일본의 한 TV방송사를 사려다 여론이 좋지 않자 백지화 한 적이 있다.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 100명중 13위, 개인 재산은 76억 달러로 세계 부호 117위. 38세 연하의 홍콩 출신 세 번째 부인 등으로 화제를 뿌렸다. ‘미디어 황제’로 불리는 이유다.
이번에 창간된 92쪽의 타블로이드판 주간지 ‘선’은 50펜스(한국 돈으로 약 900원). 너절한 기사뿐인 얄팍한 한국의 36쪽 신문 값 정도다. 기존 주간지가 대부분 1파운드 인데 반값 공세를 폈다.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기사를 비롯한 스포츠기사와 패션 등 전통적으로 주간지가 강한 기사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기사 오류에 대한 즉각 시정 방침과 함께 취재 윤리를 지키겠노라는 약속도 빼놓지 않았다.
폐간당시 영국의 주간지 판매시장은 966만부 가량이었으나 지난해 뉴스 오브 더 월드 사건 이후 전체적으로 감소했다. 이번 ‘선’ 창간호 판매부수는 100만부 정도로 집계됐다. 해킹과 도청 스캔들로 주간지 기자 10명이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는 터에 이 정도면 선전했고, 200만부 판매도 곧 가능할 것으로 머독측은 분석한다.
필자는 런던에서 얼마동안 산 적이 있었는데 휴일이면 두툼한 일요판을 끼고 시간을 보내는 영국인들의 신문구독 습관이 부러웠다.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한다면 이제 한국인도 뭘 좀 부지런히 읽어야 할 때다. 신문을 똑바로 만들어야 함은 당연하지만 한국인도 공짜 정보만 찾아다니지 말아야 한다.
어디에도 공짜는 없다. 오늘의 공짜가 내일 그 대가를 내놓으라고 호령하게 마련이다. ‘다운로드 무료’ 아이콘에 그만 정신이 팔려 냅다 클릭했다가 후회한 적이 어디 한 두 번인가?
에브리존 고문 조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