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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VHS VTR이여, 안녕히!
등록일
2012-02-13
조회
61486

 1980년 중반만 해도 한 대 값이 직장인 월급보다 많았기에, 12개월 할부로 장만해야했다.  TV 화면을 통해 빌려온 테이프에 담긴 영화가 나오는 보는 순간, 온 가족이 탄성을 올리며 좋아했던 ‘원조 VTR(Video Home System)’이 마침내 안녕을 고했다는 소식이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작년 말에 VHS 방식의 가정용 비디오레코더를 일본 내에서 생산하는 것을 중단했다고 최근 밝혔다. 대부분의 시장이 DVD와 블루레이디스크(BD)로 대체된 탓이다. 중국 등지에서 생산을 계속하고는 있지만 이 신제품을 처음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상품화했던 원조생산국 일본에서 실로 35년 만에 사라진다니 감회가 없을 수 없다.

  1976년 10월31일. 마쓰시타전기산업(현재의 파나소닉)의 자회사였던 빅터(현재 JVC켄우드)는 도쿄 아키하바라 전자상가에서 세계 최초의 VHS 방식 비디오레코더를 선보였다. 이후 빅터는 모회사인 마쓰시타전기를 비롯, 미쓰비시와 샤프와 연합해 최대라이벌이던 소니의 Betamax 방식을 꺾고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베타방식이 화질도 좋고, 크기도 작아 간편하고, 비디오테이프의 소음도 적었지만 딱 한가지 녹화시간이 짧은 것이 패인이었다.

  당시는 일본의 가전기술이 세계를 주도할 때라 일본 우승이 곧 세계 우승이었다. 파나소닉은 한 해에 일본에서만 100만대이상을 팔아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1990년대 후반 화질이 더 좋아진 DVD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할 때가지 VHS 방식의 비디오레코더는 20여년간 TV의 단짝친구로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가정에 오락을 제공한 대표선수였다.

 이처럼 시장이 축소되면서 2006년 미국의 영화회사들이 VHS방식의 홈비디오 제품 생산을 중단한 것은 한 시대의 종말을 예고한 것이었다. VHS VTR의 숨통을 끊은 결정타는 2011년 7월 일본의 지상파 방송이 모두 디지털방식으로 전환한 것이었다. 아날로그방식의 VTR은 더 이상 일이 없어진 것이다.

  영화팬들의 집에 쌓여있을 비디오테이프들이 문득 외롭게 느껴진다. 한때 최첨단 기술로 탄생해 열광과 환호를 받던 제품도, 새 기술로 분바르고 연지 찍고 나타난 신제품에 밀리더니 어느새 무대 뒤로 사라지는 것이 전자제품시장이다. 시장 환경 변화에 잠깐 한 눈 팔면 첨단을 걷는다는 한국의  IT기술도 어느새 추월당할 것임을 각성해야할 일이다.   

에브리존 고문 조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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