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황제’로 불리는 뉴스코퍼레이션의 회장, 루퍼트 머독(80)이 자회사의 휴대전화 도청 사건으로 영국 최대발행부수를 가진 주간지 ‘뉴스오브월드’를 자진 폐간한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에서 컴퓨터 해킹으로 막대한 합의금을 물어줬다.
머독의 광고관련 자회사인 ‘뉴스 아메리카 마케팅’은 경쟁사의 컴퓨터 망을 해킹해 영업 정보를 빼낸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벌이다 최근 2,950만 달러(한국 돈 약 220억원)의 합의금을 주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머독의 자회사는 2003년 10월부터 2004년 1월 사이에만 최소한 11번에 걸쳐 경쟁사의 컴퓨터 망을 해킹해 매출 실적, 영업 전략, 고객 정보 등을 빼내간 혐의를 받았다. 접속 비밀번호를 해킹해 영업기밀을 훔친 점을 인정한 것이다. ‘뉴스 아메리카 마케팅’은 수퍼마켓 매장내 선반이나 진열대 등의 광고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지만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막대한 합의금을 받아낸 회사는 동종업계의 선두주자인 ‘플로그래픽스 인터내셔널’을 비롯해 업계 1,2,3위 회사들.
뉴스코퍼레이션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모두 3건의 해킹사건에 대한 합의금으로 무려 5억 달러(한국 돈 5250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다. ‘촌 닭이 관청 닭 눈 빼 먹는다’는 속담처럼 막강한 머독의 자회사가 어수룩한 회사들에게 혼이 난 것이다.
머독은 홍콩의 스타TV, 영국 제일의 정론지 더 타임즈, 미국의 FOX 뉴스채널,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을 소유한 다우존스의 소유자로 세계 각국에서 신문과 TV 채널을 경영하고 있다.
머독은 현재 37세 연하의 웬디 머독(43)과 살고 있다. 1999년 두 번째 부인과 이혼한지 3주 만에 68세의 머독은 예일대 MBA를 나와 홍콩 스타TV에 근무하던 당시 31세의 이혼녀인 중국계 웬디 덩과 결혼해 화제를 뿌렸다. 웬디는 최근 영국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장에서 남편에게 면도크림을 뿌리려던 한 남자를 배구선수 출신답게 순식간에 몸을 던져 막아낸 다음 강스파이크로 면도크림 통을 날려 버렸다. BBC로 이 모습이 생중계되자 중국의 네티즌들은 웬디를 ‘남편의 수호천사’로 추켜세우며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내의 행동에 언론의 관심이 쏠리면서 남편인 머독의 청문회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실종됐다니 세상 참 알다가 모를 일이다.
막강한 권력에 미모의 부인, 어쨌거나 머독에 대해서는 배가 아플 노릇이다. 넘어지려는 담장을 보면 누구나 발길질을 해대고 싶다는 말처럼 최근 루퍼트 머독의 자회사의 행태에 대한 비난의 화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먼저 M&A를 통해 막강한 언론의 아성을 구축했고, 신문과 방송에 기술적 진보를 도입해 경쟁력을 키운 언론계의 공로자임에 틀림없다. 죄는 죄이지만 공은 공인 것이다.
한국의 오랜 속담에 ‘도둑놈은 한 죄, 잃은 놈은 열 죄’란 말이 있다. 이 속담을 컴퓨터 보안에 적용해 본다면 ‘해커는 한 죄, 해킹당한 기업이나 개인은 열 죄’가 된다. 보다 철저히 컴퓨터를 관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에브리존 고문 조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