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의 전산망 장애 사태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금융거래 과정에서 뜻밖의 피해를 당해 속상한 사람도 많고 하니 한동안 뒷일을 수습하느라고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일은 다른 금융기관들에게는 컴퓨터 보안체계 시스템을 종합 점검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전산망 장애를 해결하고, 막아야 할 컴퓨터 보안업체의 노트북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는 컴퓨터 보안업계의 신뢰성 위기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보안업계는 더욱 최선을 다한 고객관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실 농협 조직은 농민의, 농민을 위한, 농민에 의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 농민과 그나마 관련을 맺고 있는 경제사업 부문은 좀 덜하지만 NH은행, 투자증권 등 금융부문 종사자는 농협의 탄생 배경 등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무직 근로자일 뿐이다. 농협 조직의 구성원인 농민 조합원들의 처지에서는 기막힐 일이지만. 이번 전산망 장애 사태의 배경에는 농협중앙회 조직의 이러한 정체성 위기, 느슨한 내부 문화가 있었다. 금융기관으로서도 덩치는 크지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터에 발생한 이번 전산망 장애 사태가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은 약이 되길 바라고 싶다.
세계적으로 컴퓨터 보안업계의 시장규모는 연간 4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처럼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보안망에서 발생하는 문제 또한 크게 늘고 있어 고객들의 불안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보안 대책이 기어가는 수준에서 이뤄진다면 교묘하고 정교해진 해킹 공격과 악성 프로그램 개발 수준은 달려가거나 날아가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보안업계의 큰 고객들, 이번 사태의 경우 농협중앙회 같은 대형 조직들은 자체적으로 보안 관리를 하지 않고 외부전문기관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컴퓨터 보안이 앞으로는 기업의 핵심 부문이란 인식이 강해지면 비록 외부관리 형식은 바뀌지 않는다 해도 자체 관리 조직과 전문가 집단 고용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사회적 연결망의 핵심으로 등장한 사이버망.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각종 기관의 사이버 보안 중요성 인식 못지 않게 기관 사이의 격차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법적으로 강제하기 이전에, 정부 관계 부처 고위관계자나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를 스스로 높여야 할 때이다. 그래야만 그 개인이나 조직이 다가오는 시대에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에브리존 고문 조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