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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도 되나요? 유에스비(USB)
등록일
2010-10-12
조회
51908

 스페인의 마드리드 국제공항 상공.  2008년 8월 20일 오후 2시 20분쯤. 유명한 휴양지 카나리아 섬을 향해 날아오르던 스팬에어 소속 항공기의 엔진에 불길이 치솟더니 이내 기체가 폭발하였습니다. 승객과 승무원 153명이 현장에서 숨진 대참사가 벌어졌습니다.
 한참 뒤 밝혀진 원인은 USB 메모리를 통해 공항 컴퓨터망이 악성 프로그램에 감염된 것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항공기 이상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의 작동 속도를 떨어뜨렸고 이 때문에 한 차레 출발이 지연되는 등 혼란을 겪다 끝내 큰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프랑스 해군, 미국 육군, 영국 맨체스터시 등 각국의 주요 기관에서도 최근 USB를 통한 인터넷 바이러스 때문에 피해를 보았습니다. 이란 원자력 발전소의 스텍스넷 감염 역시 USB가 원인이었지요. 아직 발전소가 가동되지 않았기에 웹망에는 연결되지 않았지만 직원이 무심결에 꼽은 USB를 통해 금세 발전소내 컴퓨터 시스템이 감염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무심코 프로그램을 내려받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혼이 나고 나면 다음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요. 하지만 USB는 핸드폰 줄에 대롱대롱 달려있기도 할 만큼 가까이 있다보니 그냥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지요. 
  2009년 호주에서 컴퓨터 안전에 관한 한 국제 모임이 열렸는데 어느 컴퓨터 회사가 참석자들에게 기념품으로 USB를 주었답니다. 나중에야 밝혀졌지만 이 USB 메모리는 감염된 것이었고 USB를 무심결에 사용한 IT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당한 것을 알고 씁쓸해했다고 합니다.

 USB가 컴퓨터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수단이 된 것은 인간의 ‘참을 수 없는 호기심’ 때문이지요.
  만일 적국의 수송기가 악성 프로그램이 심어진 16기가바이트 USB 수만개를 한밤중 서울 상공에서 살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다음날 아침 이것을 주은 사람들은 대개 “어라? 오늘 재수가 좋으려나. ㅋㅋ. 안에 뭐가 있지? ”하며 잽싸게 USB 드라이버에 넣어볼 것입니다. 이걸로 ‘작전 성공!’ 이내 지하철 급수 항공 철도 응급체계 등이 대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월남전쟁때 미국과 동맹국 군대를 상대로 베트콩이 활용했던 부비트랩(booby trap)이 있었지요. 눈에 잘 띄는 곳에 시계나 만년필, 라이터 등을 놓아두고 이를 집는 순간 그 아래에 설치해둔 폭탄이나 지뢰가 터지게끔 해놓은 것이지요.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USB는 부비트랩처럼 폭발력을 가진 사이버시대의 무기가 된 셈입니다.

에브리존 고문 조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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