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이러스가 최초로 만들어진 곳이 우리나라라는 사실에 프라이드를 느껴야 하는 건지 어쩐지 잘 모르겠는데 당신 생각은 어떻습니까?”
“저는 절대적으로 프라이드를 느낍니다.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고요.”
MS-DOS용 바이러스로 세계 최초로 일반에 퍼진 바이러스는 ‘브레인’. 이 브레인을 만든 파키스탄 사람 앰자드 알비(Amjad Farooq Alvi)가 한 TV에 출연해 밝힌 내용입니다.
25년 전인 1986년 초, 당시 24세의 앰자드 알비가 17세 동생 배시트 알비(Basit Farooq Alvi)와 함께 만든 바이러스가 바로 ‘브레인’. 그들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불법복제할 경우 이제는 골동품인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의 명칭(볼륨라벨)을 "@Brain"으로 바꿔버리는 기능을 갖고 있었지요. 가냘픈 몸매에 대머리가 된 앰자드 알비는 파키스탄의 TV에 나와 자신들이 바이러스를 만든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네요.
“악의를 갖고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지적 재산권을 지키고, 누가 우리 소프트웨어를 불법복제하는지 추적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알비 형제 이전에 애플 시스템에서 작동하는 ‘엘크 클로너 바이러스’가 있기는 했지만 ‘브레인’은 MS-DOS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덩달아 널리 확산돼 컴퓨터 사용자들이 받은 충격은 컸지요. 이어서 이를 모방한 온갖 나쁜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요. 어쩌면 이들은 컴퓨터 백신 시장을 만들어준 공로자(?)일 수도 있지만.
당시 형제는 파키스탄의 대도시 라호르의 한 기술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이동통신회사를 운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런 내용을 인도에서 발행되는 영문일간지인 ‘더타임즈 오브 인디아’가 최근 보도하자 인도와 파키스탄인 사이에 댓글 전쟁이 벌어지고 있네요.
한 인도인이 “역시 세계 제일의 테러수출국가 답군” 하고 비아냥거리자 한 파키스탄인이 “인도사람은 이웃나라 흠만 잡지 말고 다른 일도 좀 하라”고 힐난하는 식입니다.
힌두교도 중심의 인도와 이슬람교 중심의 파키스탄은 종교와 문화적 차이 때문에 전쟁까지 한 사이로 한국과 일본만큼이나 앙숙이지요. 마하트마 간디가 생전에 영국연방 인도가 독립하면 반드시 단일국가여야 한다고 두 종교 지도자들에게 간곡히 부탁했으나 결국 실패한 일이 새삼 아쉽네요.
어쨌거나 컴퓨터 초창기 바이러스의 유포자는 대개 머리 좋은 대학생들이나 알비 형제처럼 컴퓨터 매니아들이 다른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뛰어난 솜씨를 자랑하기 위해서 만들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지요. 돈 냄새를 킁킁 거리며 데이터를 훔치거나 협박하는 아주 악질적인 모습으로요. 사이버세계에서 악인을 확 쓸어버릴 수는 없을까. 애석하게도 시원한 답을 없을 것 같고, 일단은 우리 사용자들이 컴퓨터백신프로그램을 통해 각자 ‘건강하고 깨끗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최선일 거 같군요.
아, 참, 한가지 더. 초강력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들어 ‘애국’하겠다는 망상 가지신 분 주위에 있으면 그 좋은 머리 제발 다른 분야에 쓰시라고 충고 좀 해주세요. 안 그래도 골치 아픈 세상, 더는 시끄럽게 하지 맙시다.
에브리존 고문 조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