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열두 살 아이들이 영화를 보거나 놀이를 하고 있는 때 ‘산타누 고 드’란 인도의 한 소년은 저보다 나이가 두 배인 IT전문가들과 함께 일을 합니다. 그는 50개 기업과 개인의 웹사이트를 ‘해킹’하면서 뭄바이에 있는 IT회사에 정기적으로 이들 사이트의 보안 점검 내용을 보고하는 전문가이지요.
인도의 가장 나이 어린 해커 소년의 이야기를 인도에서 발행되는 일간신문 ‘타임즈 오브 인디아’가 최근호에서 소개한 내용입니다.
사실 한국인들을 잘 모르고 있지만 인도의 영화산업은 미국의 헐리우드를 양적으로 압도할 정도로 인기가 있습니다. 자그마치 10억명을 넘어선 인구 규모를 생각해보면 짐작이 갈 것입니다. 그런데 인도의 영화제작자들이나 제작사를 머리 아프게 하는 게 등장한 겁니다. 인터넷 보급으로 영화 포스터가 불법으로 유출되고 인터넷상에서 해적판이 판치게 된 것이지요. 개인들이 불법으로 구축한, 영화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회사가 등장했고 산타누 소년은 바로 지적 재산권을 침범하는 ‘온라인 해적’을 소탕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지요.
소년이 하는 일은 의뢰를 받은 회사들이 구축해놓은 인터넷 시스템상의 ‘구멍’을 찾아내서 막는 일을 돕는 것입니다. 즉 해킹할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소년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하는 해커가 필요한 것이지요.
해커는 대부분 컴퓨터를 취미로 시작해서 빠져들면서 독자적으로 길을 개척해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원래 해커란 말은 ‘똑똑한 프로그래머’란 뜻을 가졌습니다. 사실 웹주소로 치는 ‘www’가 뜻하는 월드와이드웹 망도 티모시 J. 베르너스라는 해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지요. 그는 대학 컴퓨터망을 해킹하다 들켜서 학교내 컴퓨터 사용정지 처분을 받은 경력이 있는 문제아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아이디어를 사회적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발전시킨 것이 미국 사회의 저력이었습니다.
산타누 소년은 만 세 살 때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이나 슬라이드쇼를 만들고 친구들에게 생일카드를 만들어 보냈다고 하니 어릴 적부터 탁월한 재주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컴퓨터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게임중독이 되겠지만 산타누 소년처럼 사회가 그런 특별한 이들의 개성을 제대로만 키워준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
컴퓨터도 붓이나 칼과 마찬가지로 쓰기 나름이겠지요. 잘못 쓰이면 붓은 음험한 중상모략의 수단이 되고, 칼은 살상의 무기가 되지만 잘만 쓰이면 붓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칼은 맛있는 요리를 선사하는 축복이 되는 것처럼.
에브리존 고문 조헌주